오전에 잠깐의 시간을 내어 읽은 김난도씨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눈에 띄는 문구가 크게 첫 챕터를 여는 장에 씌여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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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니까 청춘이다" 1장 표지 |
김난도 씨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인생을 시계에 비유해보면, 인생 80을 24시간이라고 보았을 때, 나이 24살이면 겨우 7시 14분이다. 보통 직장인들이 막 준비를 마치고 대문을 나설 시간이라고 표현하시더군요.
저는 20대를 넘어 이제 30대에 들어섰으니-- 김난도 씨의 비유를 빌리자면-- 아마도 버스정류장에서 무슨 버스를 타고 갈지 고민하며, 또 그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며 발 동동 구르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불안감. 그것은 더욱이 학생으로서의 삶을 남들보다 더 하기로 결정한 바보들이 반드시 싸워서 살아남아야하는 천적입니다.
다른 동년배들이 직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세상으로 뻗어나갈 때에, 도서관에 앉아서 또는 학비를 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짬내서 하면서, 아내와 자식을 어떻게 보살필까를 고민하는 것도 잠시...과연 내가 바라고 원해서 시작했던 이 일의 "결실"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그래서 저같은 30대 가방끈 늘어진 사람들의 늘어난 학창시절은 그야말로 '아픈 청춘'의 연장입니다.
김난도 씨의 책을 통해서 오늘 발견한 작은 통찰하나는,
나를 불안하고 떨리게 만드는 그 자의적인 질문들의 답은 오직 "그대 눈동자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열망"하는 것이 무엇인가? 얼마나 원하고 있는가?
신앙적인 생각으로는, 나는 내 소명을 위해 얼마나 (또는 어디로) 달려나갈 셈인가?
유학 (留學)이라는 것은 글자 그대로 머무름 (留) 속에서 배움 (學)을 해나가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 머무름은 유진 피터슨이 이야기한 그네 뛰기 곡예사의 그네와 그네 사이에서의 떠있는 그 찰나와 같은 불안하고 위험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c.f. 유진 피터슨, "한 길 가는 순례자" IVP 2001- 아래 그림 참조).
머무른다는 것은 안정감도 없고 편안한 내일에 대한 보장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 머무름 속에서의 수많은 자기 성찰들, 고민들, 질문들, 그 모든 도전과 싸우는 과정이 유학의 리얼리티가 아닐까요. 간혹, 그 머무름이, (유진 피터슨이 제자도라고 명명한 바처럼), 바로 우리가 이 세상을 순례자로서 살아가는 모습과 일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안주하고 정착된 삶 속에서는 묻지 않아도 되는 질문들, 고민들...
내 "눈동자 속"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는 인생들...
그것에 대한 반대정신 (antithesis)으로서의 삶을 배우는 시간이 지금 이 유학이라는 짧은 순간이 아닐까요?
김난도 씨는 인생의 시계가 모두에게 똑같이 흘러간다는 가정으로 글을 쓰셨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50대가 되어도 여전히 오전 8시인 사람이 있습니다.
인생의 시계는 저절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그것은 무거운 달구지를 굴리듯 내가 땀으로 피로 굴려나가는 것입니다.
김난도 씨 말대로 정말 내 "눈동자 속"에 정말 답이 있다면, 나는 그 "답"이라는 것이 최소한 두가지의 나의 질문에 답해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첫째, 나는 왜 지금의 이 달구지를 굴리고 있는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가?
둘째, 그 달구지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내 인생의 방향은 어디로 흐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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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난도 저, 쌤앤파커스 출판사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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